④ 조선 - 일본과 포르투갈
임진왜란(1592~1598)의 결과는 국력약화로 인해 발생된 것이다. 외세의 침략과 간섭, 수탈 및 수많은 조선(朝鮮)백성들의 안타가운 죽음(약 1000만의 인구 중에 200만 명)과 전쟁포로 등이 그를 대변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의 조정은 임진왜란이 왜 민족의 국치(國恥)임을 뼈저리게 통감하지 못했는가? 그 후 조선은 병자호란(丙子胡亂), 삼전도(三田渡)치욕, 병인양요(丙寅洋擾), 신미양요(辛未洋擾), 동학혁명(東學革命), 을사늑약(乙巳勒約) 등을 거쳐 일제 식민지시대를 맞이했다. 그 뿐만 아니라 친일파, 독립운동사와 광복군, 미국의 군정(軍政), 한국전쟁과 대한민국의 정체성와해 등의 역사적 큰 사안들이 여러 분야에서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 있어 사회적 혼란은 지속되고 있다. 그러한 문제들이 국가경영철학의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다루어져야 한국의 종교문화와 민족의 얼을 제대로 재조명할 수 있다.
1594년 임진왜란 당시 포르투갈 신부 예수회 소속인 그레고리오 데 세스페데스(Gregorio de Cespedes, 1551~1611)는 종군(從軍)신부로서 고니시 유키나가(小西行長, 1555~1600; 세례명 아우구스티노) 군대를 따라 조선에 들어왔다. 일본인 후칸 에이온(Foucan Eion)은 서로마 가톨릭 예수회 회원이 되었고 수사(修士)의 신분으로 세스페데스와 함께 동행(同行)하였으나 그들의 선교목적은 조선에서 이루어지지 않았다. 한국 그리스도교회사에 의하면, 비전투원이었던 조선인의 전쟁포로들이 일본 나가사키(Nagasaki, 長崎)의 한 수용소에 있을 때 세스페데스(Cespedes)는 그 영내(營內)에 예배처소(미사missa장소)를 만들어 놓았다. 그는 그곳에서 조선 포로인(어린아이 200명 포함)에게 세례를 주었다. 그들이 어떠한 처지와 상황에서 가톨릭으로 개종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여러 측면에서 생각해 볼 수 있으나 이에 대한 유추와 논증은 이 단락에서 생략되었다.
세스페데스의 기록물이 포르투갈 고서박물관 아쥬마에 남아있다고 전해지고 있다. 그곳에서 일본이 조선의 양민들을 노예로 만들어 포르투갈로 매매했다는 기록물을 발견할 수 있다. 일본과 포르투갈의 조선인 ‘노예매매사건’1)에 대한 역사적 사건은 국제적 해명과 반성을 필요로 하지만 그들은 현재까지 침묵하고 있고 한국정부 또한 외교적인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 오늘날 한국 정부의 안일한 교육정책과 태도에도 먼저 문제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역사적 과오에 대한 반성과 성찰을 통하여 새로운 변화와 혁신 그리고 발전을 거듭하지 못하는 국가에게는 현대판 문화이식과 식민지정책 및 사상은 되풀이 되고 있어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문화이식(移植)이라는 단어에서 ‘이식’이라는 용어가 스스로 명백하게 제시하고 있듯이 물리적인 행위가 내포되어 있다. 그것은 강대국 또는 승전국의 전반적인 문화를 정치적 수단을 통해 약소국 또는 패전국의 사회에 강제적으로 옮겨놓고 따라하도록 생활화시킨다. 이식된 문화는 범사회적 문화의 세력으로 확장시켜서 기존 공동체에 뿌리내리도록 종용하고 통치하기 위해 강요된 것이다. 따라서 문화이식은 문화전파의 상호 호혜적인 관계가 아니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며, 문화제국주의적 식민주의사관에서 드러나는 전형적인 군사적 또는 문화적 테러이즘과 같은 맥락이다. 그러므로 자국 또는 약소국의 문화가 타국 또는 강대국의 문화에 의해 정복당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와 같은 그리스도교의 제국주의적 식민지사관은 약소국 국민들의 사상과 삶의 문화를 서서히 변형시켜 가면서 그리스도교의 문화로 대체시키는 것 즉 그리스도교화로 전환시켜가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한 사례는 세계사에서, 서구그리스도교 문화사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이 단락에서는 멕시코와 한국의 어두운 역사적 세계가 어떠했는가에 관해 핵심만 추려보고자 한다.
이미 위에서 제시된 ‘다이어그램 (diagram) 4’는 제국주의적 문화이식의 결정판이자 열강의 희생물로 전락한 것, 약소국가의 전통문화를 압살(壓殺)시키고자 한 의도를 설명한 것이다. 다이어그램 4와 같은 상황을 맞이하게 되면 상호간에 문화충돌이 극명하게 발생되고 문화충돌을 저지하기 위해 과거 국제식민주의사상을 가진 세력들은 정치적인 지배관계를 형성하여 신속하게 문화이식을 단행하게 된다.
문화이식은 문화전파, 문화접변의 단계와 과정을 순조롭게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되었기에 때문에 특히 강대국의 경제적 이윤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무자비한 착취, 갈취, 수탈 그리고 온갖 만행과 악행을 불러일으킨다. 그로 인해 발생된 약소국가의 인권유린(蹂躪), 인명살상, 문화재강탈, 도굴, 파괴, 문화재상실, 국가경영철학의 빈곤 그리고 국가적 정체성 상실 등은 더욱 심각해져 치유기간도 그만큼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각주
1) 민경배, 『한국기독교회사』, 대한기독교출판사, 서울, 1989, 47~48쪽
유홍렬, 『增補 한국천주교회사 上卷』, 가톨릭출판사, 서울, 1991, 32~34쪽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