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장 종교와문화의 습합(習合)사상

종교문화의 습합(習合)사상 ③~④

학담(學潭) 2019. 8. 20. 22:45

③ 종교문화는 “세상에 빛과 소금”(마 5:13-16)의 역할을 발휘할 수 있어 공개된 양지(陽地)의 영역 즉 우리가 사는 공동체사회에서 공익을 위해 존재한다. 보편적이고 실용적인 가치를 공동체사회에서 널리 활용될 수 있도록 실천하게 하는 것이 종교(宗敎)적인 운동이다. 그 운동은 공동체사회의 생활문화로 성장 발전되어 의식의 변화를 일으키고 자연스러운 삶의 문화로 인식된다. 

 

유의적(有意的) 또는 무의적(無意的)으로 유지되고 있는 공동체사회문화는 삶의 유익함과 공통분모를 찾아 발전적인 변화과정을 거친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기 위해 문화심리학적인 발상, 새로운 지혜와 창조적 가치와 환원성, 국가적 관심사와 문화경영이 병진(竝進)되어야 한다. 심리학에서 사용된 사회적 집단무의식(集團無意識, collective unconscious)에는 크게 두 가지의 요소가 들어있다. 하나는 선덕(善德)을 실천하고 지향하는 것과 또 다른 하나는 생리적 본능에 의해 드러나는 언행이다. 그러므로 어릴 때부터 훈육(訓育)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고대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호모 에티쿠스(Homo Ethicus)와 호모 아카데미쿠스(Homo Academicus)는 교육철학사상에서 다루어지고 있다. 후자는 사람다운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이끌어가는 절차탁마의 교육과정을 필요로 한다. 그것은 학ㆍ습(學ㆍ習)과 도ㆍ덕(道ㆍ德)실천(實踐)의 중요성을 인식하게하고 실행하여 체득하는 것이다. 전자는 윤리, 도덕적인 차원에서 개인적인 신앙과 문화의 속성을 초월하여 공공의 선(善)추구와 사회적 가치 환원으로 이어지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전자와 후자의 자연스럽고 조화로운 합치(合致)는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인류문화사의 열매로 맺어진다. 어쩌면 그와 같은 관점에서 미국 하버드대학의 비교종교학 교수였던 스미스(Wilfred Cantwell Smith, 1916~1973)가 인류는 공통적으로 선(善)을 지향한다고 하였을 것이다. 

 

 

④ 스미스는 그리스도교의 신학적 논리와 이해 그리고 사상적 차원에서 지속되고 있는 신중심주의(theocentrism), 그리스도중심주의(christocentrism), 교회중심주의(ecclesiasticism)라는 배타적 입장과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은 바로 신의 초월성(超越性)의 문제를 제기한 것이며, 신앙적인 것이 아닌 종교적인 것이 또한 신의 초월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의미를 알려주고 있다. 그러므로 초월적이고 종교적인 것은 본래 종교성의 내면세계를 설명한 것이기 때문에 종교문화의 전체이자 본질로서 어떤 획일적이고 유일하다는 religion유형에 갇혀져 있지 않는다고 분석된다.

 

스미스는 다문화사회에서 형성된 종교다원주의는 그리스도교를 절대적이고 고유(固有)한 신앙단체로 여기지 않고, 다양한 형태의 여러 신앙단체들 가운데 하나라고 했다. 여러 신앙단체들 가운데 하나라는 것은 전체 속에 하나라는 것을 의미하고 인류문화사라는 큰 틀에서 하나의 개체를 바라본 것이다. 

 

어느 일부분이라고 생각하는 하나가 전체이며 전체가 또한 하나라는 즉 일즉다(一卽多), 다즉일(多卽一)이라는 사상은 불가(佛家)의 화엄(華嚴)사상과 맥락을 함께한다. 지구촌시대를 맞이하여 종교문화세계의 다원성과 공공성이 또한 하나로 연계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스미스는 유일신 그리스도교신앙단체의 문화를 비판적으로 설명하면서 다원주의사상과 변화되고 있는 시대문화와 패러다임에 주목했다. 그러한 경향을 수용한 그의 주장은 종교문화경영의 현실적 차원에서 시사(示唆)하는 바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