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장 디지털시대와 종교문화

Ⅱ. 종교문화와 공동체사회문화 2. 공동체사회문화 ③ ~④

학담(學潭) 2019. 8. 24. 13:02

③ 엘리아데(Mircea Eliade, 1907~1986)는 그의 저서 『Das Heilige und Das Profane, 성과 속』에서 성(聖)속(俗)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종교사회적인 안목에서 밝혔다. 인간은 자연의 변화를 일으키는 신비현상을 보고, 그와 연계된 보이지 않는 성스러운 힘에 대한 경외감을 가졌고 때로는 종교적 신비체험을 하면서 종교사회문화를 발전시켰다고 한다. 그러한 그의 의견은 비교종교(철)학적 관점에서 다음과 같이 요약해 볼 수 있다.


천지자연(天地自然)의 무한하고 무형(無形)의 에너지가 유형(有形)으로 드러나게 하는 대자연의 기운이자 변화를 일으키는 기운(=힘)이 성스러운 힘(크라토파니 Kraftophany, 성력 聖力)이다. 그 성력(聖力)은 신비스러운 기운(=영원한 우주의 창조적 에너지)이고 우주만물을 성주괴공(成住壞空)시키며 인간의 생로병사와 직결되어 있다. 


성력(聖力)이 자연의 에너지로 발현(發顯)되어 드러난 것이 히에로파니(Hierophany, 성현 聖顯)이다. 성현으로 드러난 것이 신적인 현상(테오파니 Theophany, 신현 神顯)이라고 표현되었고 경이로움과 외경(畏敬)감을 불러일으킨다고 한다. 그와 같은 자연의 요소들은 비가시적인 무형에서 가시적인 유형으로 드러나는 자연에너지의 변화현상(現象)을 설명한 것이다. 즉 대자연의 변화현상은 본래 무형에서 비롯되어 하나로 드러나고 그 하나가 다시 변화현상으로 펼쳐지면 세 가지의 형상으로 드러난다. 그것은 변화의 에너지인 크라토파니(Kraftophany), 히에로파니(Hierophany) 그리고 테오파니((Theophany)의 현상으로 동시에 전개되었다가 다시 본래의 자리인 없음으로 회귀한다. 

다시 요약해 보면, 변화되는 자연현상(自然現象)이 가시적인 측면에서 자연의 요소로 설명될 때 역현(力現), 성현(聖現), 신현(神現)으로 그리고 비가시적인 차원에서 역현(力顯), 성현(聖顯) 그리고 신현(神顯)으로 표현할 수 있다. 역현(力顯), 성현(聖顯) 그리고 신현(神顯)의 개념이 영성적 안목에서 종교적으로 사용될 경우에는 신비로움의 현상과 영혼세계를 의미한다. 


반복적인 변화를 이끌어 가는 자연현상은 각양각색의 문화발전에 촉매제의 역할을 주도하고 있다. 그 가운데 성현(聖顯)은 종교문화를 태동시키는 매개체가 되어 정신세계를 심화시키고 정신문화를 발전시켰다. 성현(聖顯)에 대한 외경(畏敬) 또는 경외(敬畏)감은 신앙의 경건성(Frömmigkeit)이 되었고 여러 학문분야에서 아 프리오리(a priorie)로 사용되고 있다. 


④ 유럽의 근대화시기에 독일 개신교 신학자이자 철학자인 슐라이어막허(Friedrich Ernst Daniel Schleiermacher, 1768~1834)는 그리스도교의 신앙단체와 교리 등을 비판하는 지식인들에게 전하는 연설문 “religion에 대하여(Über die Religion)”에서 아 프리오리(a priorie)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자연신학에서 지속적으로 시도되어 왔던 신 증명을 대신한다. 새로운 경험을 가능하게 하는 직관과 감정은 종교적 선험(das religiöse Apriori)이며 직관적 감정을 통해 성현이 존재한다. 무한자에 대한 사변이 형이상학이고 그를 향한 행위의 근본이 도덕이라고 표현한다면, 무한자를 직관하고 느끼는 것이 경건과 종교(성)이다. 경건은 무한자에 대한 인식이 아니며 그를 향한 행위도 아니고 그와의 만남에서 일어나는 영혼과 마음의 움직임“1)이다. 


현상학적 관점에서의 성력(聖力, 크라프토파니 Kraftophany)은 독특한 종교적 선험(das religiöse Apriori)을 바탕으로 종교문화현상의 자양분이 되었다. 종교문화의 발현, 구성요소와 사상적 의미는 이미 위에서 언급한 현상학적(現象學的) 차원에서 세 가지(Theophany, Hierophany, Kraftophany)로 분류되었다. 그 세 가지의 현상이 하나로 합쳐져 일체(一體)가 되었다는 것은 현상학의 속성과 본질을 밝히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그러므로 그 세 가지 요소를 현대사회문화에서 종교현상학적 안목에서 통찰하고 그 의의를 재조명해볼 필요가 있다. 그것은 직ㆍ간접적인 경험과 과학적 분석을 통해 이해와 인식의 폭을 넓혀서 인생관과 세계관을 섭렵(涉獵)하게 하고, 인류의 공동체사회문화를 통섭(統攝, Consilience)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   


각주

1)  F.D.E. Schleiermacher(최신한 옮김), 『종교론(Über die Religion』, 한들, 서울, 1997, 25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