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장 종교(宗敎)와 Religion

1. Religion의 어원과 이해 2) 락탄티우스:

학담(學潭) 2019. 7. 28. 10:15

 

2) 락탄티우스의 religio에 대한 재해석 : religare ---> re+ ligare

 

키케로 보다 약 300년 후에 출생한 그리스도교의 교부(敎父)철학자 락탄티우스는 religio(렐리기오)를 키케로와 다르게 아래와 같이 해석했다.1)

 

락탄티우스는 religio의 어원(語源)이 렐리게레(religere)가 아니라 렐리가래(religare)에서 나왔고, religare는 레(re)와 리가레(ligare)의 합성어로 보았다. 그는 리가레(ligare)의 개념은 ‘감아 동여매다’, ‘묶다’ 뿐만 아니라 ‘하나로 잇다’, ‘합일시키다’, ‘연결하다’는 의미가 포함되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religare의 개념을 그리스도인의 신앙세계와 연계(連繫)시켜 예수가 ‘신과 인간의 중보자(仲保者)’ 역할을 하면서 재결합(‘religati’)하도록 이끌어주는 신인동격(神人同格)을 지녔다고 설명했다. 

 

락탄티우스는 인간의 내면세계는 중보자 예수를 통해 열리기 때문에 신과 인간이 하나의 영성세계로 연결된다, 인간이 범죄(犯罪)하여 생명의 본원인 신에게 멀어지게 되면 영적으로 사망에 이르렀다, 영적으로 사망에 이르러 있는 인간이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써 신과 재결합할 수 있다, 그러한 인간이 예수 그리스도와 영적으로 재결합이 될 수 있도록 연결시켜주고 하나가 되게 하는 것이 ‘참된 religion’이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religion의 용어는 유일신 신앙단체의 고유개념이자 대명사가 되었고 그러한 religion은 유일신 신앙단체에서의 특수 개념이자 획일성을 지향한다. 그리스도교가 참된 religion이라고 설명한 것은 중보자 예수를 통해 신과 인간과의 연결을 추인(追認)하는 유일한 religion임을 강조한 것이다. 

 

렐리가티(religati, 재결합)의 의의는 그리스도교의 엄숙한 의례로 발전되었고 초자연적 사물에 대한 내적 불안감의 해소와 행복 및 평화의 대상이 되어 신앙공동체를 조직하고 공고히 하는데 일조했다. 렐리가티의 표상이 교의와 의례체계를 갖추게 되면서 영성적 그리스도교, 제도적 그리스도교로 발전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서양의 그리스도교에서 바라본 religion의 용어와 의미는 유일신(God)을 경외하고 예수를 하나님의 아들 성자(聖子)라고 고백하며 행복, 평화, 구원, 천당과 죽어서도 영원한 삶을 염원하며 추구한다는 것이다. 범죄하고 타락한 인간이 중보자 예수, 예수신앙을 통해 신과의 영적 결합은 이루어 질수 있다고 그리스도교는 설명한다. 즉 렐리가티에 (religati)대한 신학적 재해석은 그리스도교의 핵심교리이자 신조에서 찾아볼 수 있다. 

 

렐리게레(religere)와 렐리가래(religare)에 대한 개념이 해석학적 관점에서 그 의미가 큰 차이점이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락탄티우스가 재해석한 religare의 의미는 그리스도교를 전반적으로 큰 변화를 일으키게 했다. 그리스도교는 우주적인 불변의 진리, 인류 구원의 religion, 유일한 진리의 religion으로 확대 해석되었다. 락탄티우스는 유일신의 아들 성자 예수의 가르침과 구원으로 인도하는 참된 신앙인의 길이 그리스도교의 religion이자 유일한 진리의 religion라고 하였다. 이와 같은 락탄티우스의 religion에 대한 해석과 주장은 교부철학자로서의 신앙고백이었고 그리스도교 교리서의 중핵을 이루고 있다. 유일신 이외의 신앙단체, 타종교문화와 사상 등은 모두 우상숭배로 여기고 신 야훼(=여호와)와 예수의 이름으로 타파(打破)의 대상이 되었다. 예수는 신의 중보자이자 메시아로서 절대적 신념체계와 신앙의 대상이자 그리스도교 신앙의 핵심이 되었다. 따라서 religion은 원론적으로 그리스도교의 유일신을 숭배하는 신앙단체를 지칭하는 특수개념이자 대명사로 사용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스도교의 religion은 또한 세계그리스도교의 신앙공동체를 의미한다. 하지만 예수 출생 이전 고대 로마의 학자였던 키케로가 처음 사용한 religion의 개념에는 그리스도교에서 논하는 유일신의 의미가 들어있지 않았다. religion의 본래 개념이 그리스도교의 교리형성과정에서 락탄티우스에 의해  키케로와 다르게 해석되어 사용되고 있다는 것을 밝혀보았다. 

종교(宗敎)의 개념에는 신과 인간의 중보자(=예수)신앙, 메시아에 대한 믿음과 구원 그리고 부활이라는 의미가 없으며, 그리스도와 재결합이 되도록 연결시켜주어 하나가 되게 하는 religion의 뜻도 포함되지 않았다. 종교와 religion의 의미가 동일하지도 않다.

 

키케로는 신적 존재에 대한 경외와 중요 대상에 대한 재(再)관찰 및 제의(祭儀)적인 것을 ‘religio’로 표현했지만, 락탄티우스는 그리스도교신앙의 대상인 유일신과 예수를 교의(敎義)적인 차원에서 설명했다. 

 

락탄티우스 오직 그리스도교의 진리의 religion을 증명하기 위해 religati의 개념을 재조명하고 제의(祭儀)적인 의미를 포함시켜 유일한 religio이라는 점을 주장했다. 락탄티우스는 그리스도교의 교의를 세계적인 불변의 진리로 보았고, 불변의 진리는 “생명의 구원”2)으로 이르게 하는 것이자 religion의 핵심으로 분석했다. religion에 대한 그의 해석학적 개념 및 정의는 그리스도교의 교조ㆍ교리(dogma)와 신조(crede)를 정립시키는 전기가 되었다. religio에 대한 키케로 (Cicero, Marcus Tullius, B.C.106~B.C.43)와 락탄티우스(Lactantius; A.D. 250~317)의 이해와 인식의 차이가 서로 현격하게 다르다는 것을 밝혀보았다. 

 

그리스도교의 religion형성과 현상 그리고 교회사에 연관된 국제적 영향은 다음과 같이 제시되고 있다.

 

① 초대 그리스도교의 교부 철학자와 그의 후계자들은 당시의 시대문명을 이끌었던 그리스문화와 사상을 승계한 로마문화에서 필요한 자료를 찾아 편집하면서 그리스도교의 교조, 신조 그리고 교리 등을 작성(作成)했다. 그것은 그리스도교대제국의 통치적 이념이자 정신적 지주가 되었다. 

② 그리스도교를 신봉하는 서양의 역사와 문화는 구원과 부활의 상징인 예수신앙으로 통폐합되었고 그리스도대제국의 정치ㆍ사회문화로 발전되었다.

③ 서구 유럽 religion문화의 원형과 사상적 계열은 단일화(單一化)된 그리스도교의 예수신앙사상과 교회사에 직결되어 있다. 

④ 그리스도교대제국을 세운 동ㆍ서로마 가톨릭과 서로마 가톨릭에서 분파된 프로테스탄티즘(=개신교)의 교회사는 유럽역사에서 발견되는 전쟁사와 유관(有關)하다. 

⑤ 서양의 교회사는 서양의 역사와 문화를 설명해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서구의 국가들이 과거 그리스도교대제국의 교회사를 모르고는 그들의 역사를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서구의 역사와 교회사가 밀접하게 유착되어 있다. 

⑥ 그리스도교대제국의 religion은 서구의 정치ㆍ사회공동체의 단일화를 이루었다. 그의 교회사는 그리스도교대제국의 사상과 문화 그리고 역사형성에 큰 영향을 주었다. 그는 또한 religion전쟁, 개신교의 분파, 국제적 문화식민지조성, 식민지착취, 원주민의 참혹사 등을 두루 포함하고 있다. 

 

그리스도교의 religion의 개념과 속성을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religion이라는 신앙적 특수용어를 인류의 보편적 개념인 종교라고 번역하지 않고 본래의 의미를 밝히고 정명(正名)사용을 위해 한국어 발음에 근접한 ‘릴리젼’이라고 표기하고 발음하는 것이 온존(溫存)하다고 본다. 

 


각주

1)  Bertholet, Alfred 『Wörtbuch der Religionen』, Kroener, Deutschland; Stuttgard, 1985, S. 503~504, Kwiatkowski, Gerhard(Hrsg), 『Schülerduden “Die Religionen"』, Deutschland Mannheim, Wien, Zürich 1997, S. 358~359 

2)  채필근, 『비교종교론』, 대한기독교서회, 서울, 1980, 4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