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장 하늘(天)사상과 종교성

유교적이다 ⑧~⑩

학담(學潭) 2019. 8. 18. 13:56

⑧ 조선시대의 성리학자 가운데 이황(李滉) 이퇴계((李退溪, 1501~1570)와 이이(李珥) 이율곡(李栗谷, 1536~1584)의 학문적 논쟁은 유명하다. 

율곡(栗谷)이 퇴계(退溪)의 이기이원론(理氣二元論)에 대립하는 이기일원론(理氣一元論)을 주장하면서 성리학의 양대 산맥이 형성되었다. 

퇴계의 이기이원론(理氣二元論)의 핵심은 우주의 생성과 변화가 이(理)와 기(氣)로 구성되어 있다, 만물은 이기(理氣)의 결합(理氣合體說)에 의하여 생성된다(理通氣局)고 했다. 그의 이기설(理氣說)에서 현상계 이전의 근원세계에서는 이(理)가 먼저고 기(氣)가 나중(理先氣後)이라고 주장했다. 

그 반면에 율곡의 이기일원론(理氣一元論) 즉 기발이승일도설'(氣發理乘一途說)을 주장하면서 이황의 이기이원론(理氣二元論)에 대립각을 세웠다. 그에 대한 설명은 다음과 같다.


발동(發動)하는 것은 기(氣)이고 발동하게 하는 것은 이(理)이다. 기(氣)가 아니면 발동(發動)할 수 없고 이(理)가 아니면 발(發)할 수 없다. 그러므로 선후(先後)도 없고 이합(離合)도 없으므로 호발(互發)이라고 해서도 안 된다. 율곡은 이기호발(理氣互發), 이기묘합(理氣妙合)의 원리를 적용하여 해석했다. 

만물의 생생(生生)과 변화(變化)를 이끌어 가는 기(氣)는 본래 하나(一)이지만 변화과정에서는 (음양으로서) 둘(二)로 드러나지만 그 둘은 하나라는 것이 율곡의 입장이다. 


⑨ 율곡(栗谷)의 존재론적 관점에서 이기일원론(理氣一元論)에서의 이(理)는 기(氣)의 바탕이며 기는 이의 머무르는 곳이라고 해석된다. 그것은 또한 주자 이기론의 기본명제인 불리부잡(不離不雜)에 대해 매우 치밀하면서도 독창적인 분석방법으로 발전된 것이다.

이(理)와 기(氣)는 상호 분리되거나(不相離) 섞일 수가 없다는 것을 충실하게 강조한 것이며, 인간의 속된 욕망과 형색자체를 부정하지 않고 과정상 과불급(過不及)으로 인해 발생된 것으로 설명되었다. 즉 선과 악은 원리적 대립물로 보지 않고 악은 선에 이르지 못한 부차적인 개념임을 분명히 했다. 율곡의 이기일원론은 성리학(性理學)의 관점에서 주자학(朱子學)의 난해한 해석을 극복할 수 있어 탁월하면서도 차원 높게 해석되었다고 전문가들은 논평한다. 


이퇴계와 이율곡의 학문적 논쟁은 발전되어 어느덧 주자학의 범주를 뛰어넘었다. 이율곡과 이퇴계의 성리학연구는 자연과 인간과의 관계와 삶의 원리를 통찰(洞察)하게 하고 종합적인 격물치지(格物致知)의 안목을 가지게끔 이끌었다. 그러한 학습태도는 만사를 끊임없이 궁리(窮理)하는데 요체(要諦)가 되어 창의적인 논리와 실제를 심도 있게 분석할 수 있도록 제시된 것이다. 


조선시대에 성리학이 학문의 꽃으로 만개되었다. 그 꽃은 조선시대의 유가의 정치이념이자 윤리 도덕을 기반으로 한 충(忠)ㆍ서(恕)ㆍ효(孝)의 결실로 이어졌다. 성리학이 정치적인 관점에서는 국가경영철학이자 공동체사회의 근간이 되어 민생문제와 직결되었고 민본주의(民本主義)사상이 발전했다. 


⑩ 조선시대에 유가의 시중지도(時中之道)는 정치사상과 선비정신이 하나로 융화되어 큰 의미를 부여했다. 선비정신은 보편적 공동체사회문화경영의 시금석이 되었다. 유가의 경전 중용(中庸)에 나오는 시중지도는 상황에 맞는 적절한 판단과 행동을 뜻한다. 유교(儒敎)의 정치ㆍ교육적인 이념을 연마하고 널리 실천하기 위해 전국에 서원(書院)과 향교(鄕校)가 설립되었다. 


유교의 서원과 향교의 기능이 조선의 근대화시기에 개신교의 선교정책에 의해 상실되어가면서 선비정신이 퇴색되어 오늘날 사라졌다고 봐야 될 듯하다. 유교의 가르침이나 이념에는 서구의 religion형태와 유사한 교조(敎條)와 신앙교육을 위한 제도적 장치나 체계적인 교리과정과 신앙고백과 같은 방법이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의 희로애락(喜怒哀樂)이라는 정서와 그에 대한 중용적인 자제의식이 교육되었고, 도덕적으로 인간을 사랑하며 배려하고 존중하는데 활용되었다. 사람다운 사람은 삶의 현장에서 예의와 법도에 어긋난 감정을 스스로 절제했다. 인(仁)을 실천하기 위해 자신의 감정을 극복하고 예를 지켜(克己復禮)’ 알맞게 조절(致中和)하는 것은 조화로운 삶을 추구하는 것이다. 그것은 이상세계와 현실세계가 분리되지 않은 이원적(二元的) 세계 즉 성(聖)과 속(俗)이 분리되지 않고(聖俗一如) 하나의 중화(中和)상태로 보았다. 


유교문화의 사상과 언행은 한국인의 생활문화에 중추적 기능으로 존재하고 있다. 비록 조선시대에 통용된 유교의 윤리사상이 일정부분 퇴색되었으나 아직도 사회생활의 근저(根柢)에는 유교의 기능과 역할이 살아있어 생명력을 발휘하고 있다. 유교의 기능 중에 사회적 인식력과 분석력 및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고 촉구하는 창의력은 성리학의 대가로 존숭(尊崇)받고 있는 이황과 이율곡의 이기설(理氣說)을 이어받아 연구 방법론적 차원에서 병행되고 있다. 


정신과학으로서 드높게 발전된 조선의 성리학과 그의 문화는 오늘날 다양한 학문분야의 차원에서도 손색이 없는 세계적인 정신문화의 백미(白眉)라고 할 수 있다. 성리학의 안목에서 이(理)는 드러난 것이기에 형이하학 즉 자연과학적인 측면을 의미하며, 기(氣)는 드러나지 않거나 비가시적인 형이상학의 부분 즉 정신과학을 지칭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유교의 학문정신과 자연의 이치를 궁구하고 근간(根幹)을 분석하여 실생활에 접목시키는 방법은 한국인의 독특한 삶의 철학과 문화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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