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 대한민국의 역사는 국가와 국민의 국사(國史)로서 그 연원과 정통성이 누천년 동안 지속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한국의 그리스도교회사는 신앙차원에서의 교회사(敎會史)일뿐 한국의 역사와 국민 등을 대신하거나 대표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한국사에 조선 가톨릭 교인들의 사회적, 국가적 신앙행위에 대해 어떠어떠한 사옥(邪獄)과 양요(洋擾)라는 객관적인 개념이 조선사학자들에 의해 기록되고 그렇게 사용되었다. 하지만 한국교회사는 그 개념을 신앙적이고 교회사적인 입장에서 주관적으로 박해(迫害)라고 규정하고 신앙교육을 시키고 있다. 이에 일부 지식인들과 방송매체 그리고 가톨릭 신앙과 무관한 일반인들까지 역사적 비판의식 없이 또한 ‘박해’라고 앵무새처럼 말하고 있어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다. 그러한 상황은 결과적으로 한국근대사의 일정부분이 교회사의 안목에서 일방적으로 다루어지고 있어 역사적 논쟁과 언어표현의 선별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
한국 교회사가 유구한 민족사를 대표하거나 과거와 현재의 국가적 민심을 온전히 대변한다는 것은 천부당만부당(千不當萬不當)하다. 유골도 발견되지 않은 유ㆍ무명의 수많은 독립 운동가들이 국민과 국가의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도록 국가적 발굴사업과 예우는 역사교육의 차원에서 진행되어야 마땅하다. 따라서 국사(國史)와 교회사(敎會史)가 명명백백히 구별되어야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으며 그에 연관된 특수개념의 사용도 각별히 유의하고 구분하여 설명해야 정명(正名)사용과 정명사상이 이루어진다.
④ 한국가톨릭의 과거사정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고 가톨릭 우선주의라는 틀에서 벗어나지 못해 상황에서 문화토착화의 길을 가지 못하고 있다. 민족문제연구소에서 편찬한 친일(親日)인명사전에 노기남(바오로, 1902~1984)2) 한국가톨릭 신부가 나온다. 노기남 신부는 1936년 신사참배를 행하고 일제를 위한 미사진행과 매월 1일 남산의 조선신궁에서 신사참배에 앞장섰다. 그의 행위는 서로마 교황청의 지시 없이 독단적으로 할 수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노기남 신부는 1938년 조선총독부가 조직한 ‘국민정신총동원 조선연맹’의 가톨릭실무책임자였고, 1940년 한국 가톨릭국민총력경성연맹교구 이사가 되었다. 1942년 그는 일본제국에 대한 충성심을 가지고 군용기헌납을 위한 1인 1전 헌금 모으기 운동을 주도했고 1943년 조선전시종교보국회(朝鮮戰時宗敎報國會)의 대표의원으로 징병과 학도병참여를 독려했다. 더욱이 그는 전선(戰線)으로 나가는 가톨릭 신자를 위한 미사성제 거행 및 축복기도(=강복 降福, blessing)를 했다.3) 노기남 신부의 친일행적이 한국사회에 알려지면서 부정적인 여론이 거세졌다. 그뿐만 아니라 일제강점기시대에 프랑스 가톨릭신부의 밀고에 의해 처형된 독립운동가 안명근 그리고 사회적 공포를 불러일으킨 일제의 날조된 105인사건의 원인 등에 관해 한국 가톨릭단체는 침묵하고 있다.
⑤ 2000년 12월 3일 한국 서로마 가톨릭 주교회의의 발표문 ‘쇄신과 화해’가 가톨릭평화신문을 통해 알려졌다. 근대화시기 이후 200여 년 간의 과오를 반성하고 참회한다는 발표문이다. 그 발표문은 외세를 통해 가톨릭을 보호하고 해방이후 냉전체제를 일방적으로 옹호한 점을 반성하며, 독립운동을 홀대(忽待)한 과오(過誤) 등이 있음을 우회적으로 인정하는 듯 두루뭉술하게 나열되어 있다. 하지만 한국 가톨릭의 친일행위에 대한 사과는 한마디도 없었다. 그 발표문이 한국 서로마 가톨릭교회의 회개내용이자 모습이라고 할지라도 많은 사람들이 불분명한 회개내용을 지적하면서 소극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쇄신과 화해’ 발표문은 지금도 인터넷에서도 그 전문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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