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정신적인 세속화(世俗化)를 넘어 평권(平權)의식으로
정신적인 세속(世俗)화는 정신세계의 부패와 퇴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정신세계의 보편화와 세계화를 지향한다. 그것은 자신의 상황적 입지와 특수성에서 벗어나 모든 사상적 경계(經界)와 이념적인 장벽을 초월하여 관용(寬容)을 베풀고 배려(配慮)할 수 있는 (세계)지도자의 정신세계를 뜻한다. 그는 신앙단체에서 신화화된 다양한 카테고리(category)에서 벗어나 합리적인 이성과 자연과학사상을 통해 인류의 보편적 가치추구를 추구한다.
① 아직도 ‘세속(世俗)'의 개념을 오직 ’성(聖)‘의 대립개념으로 보고 때로는 신앙적 타락으로 이해하는 경우가 많다. 현상세계가 신의 피조물이라고 생각하는 그리스도교의 이분법적 영향력이 컸기 때문이다. 오늘날 세속화(世俗化)의 개념은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 가톨릭단체에서 성직자의 평신도(laicite)화가 세속화(laicization)라는 용어로 표현된다. 성직자(聖職者)는 일반 평신도(平信徒)와의 유대관계를 돈독히 하고자 수직적 신분관계에서 벗어나 수평적인 관계로 변화되고 있다. 과거에 금기(禁忌)의 장소로 여겼던 신앙단체의 성역(聖域)이 일반인들에게 공개되었다. 신앙적으로 신성하게 다루었던 물건(성물 聖物)들이 대량 생산ㆍ판매되어 널리 속용화(俗用化)되어 가고 있다. 그러한 흐름은 성속일여(聖俗一如)가 진행 중에 있음을 의미하며, 세계화시대에 문화조화의 시간적, 공간적 상황을 공유하는 단계를 넘어 생활문화의 보편적 자리에까지 이르렀다. 그러므로 정신적 세속화는 사회적 관계망과 자연스러운 생명의 그물망이 우리의 문화영역에 융화되어 함께 공존하고 있다.
② 자연과학적 탐구의식은 객관적 사실을 증명하고 보편적 진리를 모두에게 공유할 수 있도록 하여 더 발전될 수 있도록 계기를 부여해 주고 있기 때문에 정신과학에도 영향을 준다. 현대 정신과학은 신분의 구분과 특권의식을 없애고 있어 모두가 평권의식(平權意識)을 가질 수 있도록 사상적 공유와 공생의 정신을 이끌어 간다.
이 세상에서 평등(平等)이라는 개체적 용어는 사용할 수 있으나 실제로 평등의 진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만사만물도 그에 상응하는 각각의 권리(權利)가 있고 공존의 세계에서 역할과 기능에 분명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보편적 원리이자 속성으로 평등의 진리는 세상에 없으나 가변적(可變的)개념으로 구가(謳歌)하며 사용되고 있다. 예컨대 인권(人權)을 설명해본다면, 남녀모두가 비록 신체적 특징으로 차이(差異)가 있음을 인정하지만 균등(均等)한 권리를 가진다는 것은 그에 관해 올바른 이해와 의식에 의거한 권리주장이다. 따라서 인간에 대한 올바른 용어사용은 양성평등(兩性平等)이 아니라 양성평권(兩性平權)이다.
평권의식을 가지고 인간으로서의 합당한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모든 사람에게 부여된 평권의식을 존중하고 또 그렇게 배려하는 것이다. 우리는 평등보다 평권개념과 의식을 가지고 인성교육은 물론 사회적 국가적 사안들을 풀어 나아가야 한다. 정신적, 사상적 세속화는 평권의식에서 나오기 때문에 현대인의 정신과학이자 정신건강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것은 또한 세계의 인권을 위한 자연스러운 진행형이자 과학적 차원에서 폭넓게 이해 및 인식되고 있다. 결국 과학문명과 더불어 발전된 정치, 사회, 종ㆍ교(宗ㆍ敎), 철학 및 문화사상 등은 인류에게 전하는 공의로운 메시지를 국경을 초월하여 전달하고 있어 정신적 풍요로움을 향유하게 하고 인류의 영성사상을 풍요롭게 활성화시켜주고 있다. 그와 같은 영성사상은 편협(偏狹)된 교리적 카테고리(Kategorie)에서 벗어난 세계적 사상으로 심화되었기에 정신적으로 자유로워질 수 있고 소통의 공간과 영역은 항상 열려있어 정신적 세속화가 된다. 그것은 첨단과학기술의 도구를 통해 공개된 정신문화의 광장에서 누구나 쉽게 접하고 다양한 사상적 논리, 체제, 문화, 사회적 활동 및 의례 등을 최소한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어 또한 세계적이다. 따라서 정신적 세속화는 통섭의 능력을 함양시키는 종교학의 종교문화경영지도자학에서 진솔한 자세를 가지고 세계적인 차원에서 탄력적으로 다루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