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장 종교문화경영학-단계와 과정

12. 종교문화경영의 12단계 – 문화세속화 5) 종교성(宗敎性)의 세속화

학담(學潭) 2019. 9. 12. 08:10

5) 종교성(宗敎性)의 세속화

 

정신적 세속화는 인류 종교성의 세속화를 보다 가까이 그리고 섬세하게 이해하고 통찰능력을 키우는 첩경이 된다. 종교성의 세속화는 문화의 토착화와 연관성이 있어 세계보편적인 문화현상의 꽃으로 비유된다.

 

① 출생 후 성장ㆍ교육과정, 각 지역의 종교문화의 특성에 의해 영향을 받아 형성된 인간의 심적(心的) 성향은 존재의식과 연동되어 있어 종교적 심성 즉 종교성이라고 한다. 인류의 종교성은 문화의 속성처럼 외재적으로 다양하게 보이지만 그의 자연스러운 보편적 성향은 세계적인 공통요소로 내재된 샤머니즘의 원형과 융화된 의식구조와 생활문화에서 발견된다.

하나의 religion에서 하나의 종교적 심성이 생성되어 그를 지키고자 하는 것은 교리적 차원에서의 신앙논리와 신조 그리고 신앙고백을 통해 가능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외피로 포장된 모습이기에 자연스럽지 않다. 내재적 마음은 상황에 따라 변하고 생물처럼 움직이기 때문에 고정된 의식이라고 단언할 수 없다.

한 국가사회에 다양한 단체와 종교(宗敎)문화가 함께 어우러져 공존하는 것은 세계종교문화의 현상과 다른바 없다. 특히 한국에는 여러 유형의 사상단체와 신앙단체가 공존하고 있어 일부 학자들은 종교백화점이라고 비유한다. 그의 유형을 분석해 보면 크게 선교(仙敎), 무교(巫敎; 샤머니즘), 유교(儒敎), 불교(佛敎), 서교(西敎, 서양의 그리스도교) 그리고 이슬람교가 있다. 그들은 나름대로의 종교사상과 정신문화영역을 확보하고 있고 일정부분 사회적 기능과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한국정신문화의 다양성과 그 다양성 속에서의 일체성 그리고 독특한 사회적 조화현상에 대해 서양학자들이 다소나마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한다. 그것은 한국인의 중층적(重層的) 종교(심)성과 그의 사상적 의식구조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와 같은 한국인의 종교성과 종교사상에 관한 설명은 아래와 같이 요약해 볼 수 있다. 서양 그리스도교인의 인생관과 세계관은 유일신을 중심으로 사유와 신앙체계가 흑백논리처럼 이원론으로 구성되어 있어 명료할 정도로 단순화(單純化)되었다. 그래서 유일신 공동체사회에서 성장한 사람들에게 다원론적 인생관과 세계관 그리고 우주관을 이해할 수 있도록 단순 명쾌하게 설명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과학(科學)정신과 종교(宗敎)정신은 본래 화폐의 양면처럼 하나의 원형이자 형체이다. 그러므로 유일신 숭배사상이 과학사상 위에 있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자 동양의 자연사상과 정신과학사상을 훼손하는 것과 다름없어 오리엔탈리즘의 허구에서 벗어나야 한다.

 

② 자연사상에서 하나가 전체이자 전체가 또한 하나의 통일체라고 말하는 것과 성속일여의 의미를 서양의 이원론적 논리에 비추어보면 비합리적인 의식세계로 여길 것이다. 또 서구 사상이 천ㆍ지ㆍ인(天ㆍ地ㆍ人)을 하나의 통합체로 관찰하고 궁구(窮究)하는 한국인의 정신문화세계를 납득하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나아가 너, 나 그리고 우리가 합쳐지면 외형으로 셋이지만 그 셋이 융화되면 다시 하나가 된다는 삼ㆍ일(三ㆍ一)사상은 더더욱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삼ㆍ일 사상이 한국인의 일상적 삶과 문화에서 융화되어 있기 때문에 유일신 신앙을 가지고 있는 대다수의 서구지식인들이 한국인의 종교성을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하고 파악할 수 없어 막연하게 syncretism이라고 한다. 하지만 인류의 문화와 종교성이 또한 syncretism이다. 그들뿐만 아니라 일부 한국인도 한국을 세계종교백화점이라는 평하고 있으나 그 곳에는 문화의 용광로처럼 융화시켜 조화를 이루어 나아가는 삼ㆍ일(三ㆍ一)사상이 존재하고 있다. 그 사상에는 상생과 상극의 변화에 초연(超然)하게 적응하고 새로운 변화의 밝은 도리를 찾아가는 민족문화의 슬기가 깃들여 있고 또 그렇게 이어지고 있어 유구하다. 삼ㆍ일조화사상은 최치원의 난랑비서문(鸞郞碑序文)에서도 발견된다. 그의 난랑비서문(鸞郞碑序文)은 「삼국사기」에 기록된 내용의 일부를 인용했다.

 

③ 난랑비서문에서 발견된 내용이 국사교과서에 언급된 것처럼, 삼ㆍ일 원리이자 삼ㆍ일 사상으로 형성된 삼교(三敎)가 고조선시대에 존재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 원리가 접혀진 합죽선(合竹扇) 부채원리와 같아 펼쳐지면서 세 가지의 가르침(仙ㆍ儒ㆍ佛)이 되었고 그 가르침이 합죽선의 부채처럼 다시 접혀지면 본래의 자리(本處)로 회귀하는 원리처럼 하나의 뿌리로 귀결된다. 그와 같은 사상은 삼신일체(三神一體), 삼교(三敎)일체(一體)사상, 삼ㆍ일 및 삼수(三數)사상 등으로 발전되었다.

보편적 생활문화에 내재된 삼수사상의 조화로운 원리는 이분법적 사상과 논리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변화의 동인(動因)이자 문화용광로의 기능과 같다. 여기에 문화동화단계를 거쳐서 문화융화와 문화토착화과정을 이루어가는 한민족의 독특한 인생관, 세계관 그리고 우주관이 있다. 그러므로 한국인의 정신문화와 인생관, 세계관 및 우주관은 종교문화경영(학)의 폭넓은 공간과 시간적 차원에서 입체적으로 분석되어야 합죽선의 원리처럼 펼쳐짐과 접혀짐의 문화사상 및 생활문화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한국인의 정신세계와 의식구조에 대한 이해는 다음 다이어그램 (diagram) 17을 통해 설명하면서 종교문화의 세속화시대가 오래전부터 이미 전개되고 있음을 알아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