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불가(佛家)에서 종(宗)ㆍ교(敎)와 그 의의
불가(佛家)에서 종(宗)자와 교(敎)자(字)의 개념은 그 ‘어떤 궁극적(宗)인 가르침(敎)’임을 설명한 것이며, 불교문화지역에서의 학파(學派)들을 분류하는데 사용되었다. ‘종(宗)’자(字)의 개념은 불교의 교의학을 연구하는데 활용되었다. 그의 개념은 중국의 남북조시대(南北朝時代; 221~589) 말기부터 사용되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수(隋)ㆍ당(唐)시대에 불가(佛家)교리의 요지(要旨)를 함축(含蓄)적이고 함의(含意)적인 용어로 종(宗)자(字)를 썼다. 종(宗)자의 의미 대신 교(敎)로 표현한 것도 있으나 아주 한정적이었다.
㈎ 인도불가(佛家)경전 중에 ‘랑카바타라 수트라(Lankavatara–Sutra)’가 있다. 랑카바타라는 석가(釋迦)의 가르침이라는 뜻이고 수트라는 경(經)으로 번역된다. 경(經)의 의미는 비록 간결하고 짧은 문장이나 가르침(敎)을 꿰뚫는 요점이 포함되어 있다. 단어 랑카(Lanka)는 땅(地)이라는 뜻으로 현재 스리랑카(Sri Lanka= 아름다운 땅)의 국명이기도 하다. 바타라(vatara)의 어원은 아바타라(avatara)이며 그 의미는 분신(分身) 또는 화신(化身)이다. 필리핀의 고대 타갈로그어(Tagalog language)로 최고의 신은 바타라(vatara 또는 Bathala)이며 바타라 신앙은 아직도 존재한다.
랑카바타라 수트라(Lankavatara–Sutra)는 후기 대승불교(佛敎)의 경전이며 서력기원 약 400년경에 세상에 알려졌다. 이 경전이 중국에서 ‘능가경(楞伽經)’의 이름으로 한역(漢譯)되었다. 능가경은 석가모니가 능가성(楞伽城)에서 설법한 것을 기록하여 후세에 전해진 경전을 말하며, 불가의 여래장사상(如來藏思想) 형성에 큰 영향을 주었다.1)
그 후 당나라의 실차난타(實叉難陀)가 서력기원 700년에 능가경을 번역하기 시작하여 704년에 완역한 후 ‘대승입능가경(大乘入楞伽經)이라고 호칭(互稱)했다. 능가경에는 ‘궁극의 진리(宗, siddhanta)에 대한 가르침(敎, desana)’이 포함되어 있다고 설명되고 있어 종(宗)과 교(敎)자가 분리되어 있다. 종ㆍ교라는 단어와 의미가 불교의 학습(學習)용어이자 교의학 연구용어의 핵심단어로 사용되고 있었다는 것을 살펴보았다.
㈏ 중국의 수(隋)나라시대 때 지의(智顗, 본명 陳德安 진덕안 538~597)는 천태종(天台宗)을 개창(開創)했다. 그가 세상을 떠나기 전에 지방(地方)에 있는 옥천사(玉泉寺)에서 저술한 책이 묘법연화경현의(妙法蓮華經玄義)이다. 묘법연화경현의에 대한 학습 또는 해석방법론은 ①석명(釋名) ②변체(辯體) ③명종(明宗) ④논용(論用) ⑤교판(敎判)으로 구분되어 있어 오중현의(五重玄義)라고 한다.
오중현의의 다섯 가지 키워드는 명(名)ㆍ체(體)ㆍ종(宗)ㆍ용(用)ㆍ교(敎)이다. 경전의 올바른 이해와 해석을 위해 문답은 오중현의를 통해 이루어졌기 때문에 중요하게 다루어졌다. 예컨대 팔만대장경의 내용의 핵심을 찾아내고 불가(佛家)의 교의가 무엇인가에 대해 이해하고 설명하기 위해서 체계적인 학습방법론이 필요하다.
불교의 팔만대장경은 현재 사용하고 있는 그리스도교 바이블의 200여 권의 분량에 해당된다고 한다. 그러한 방대한 경전(經典)에 대한 객관적인 학습과 통찰력 그리고 보다 쉽고 명백하게 분석하고 이해한 내용을 함축(含蓄)시켜 교의를 다시 설명할 때 오중현의가 사용되었다. 그 방법론을 활용하여 금강경〔金剛經, 금강반야바라밀경(金剛般若波羅蜜經의 약자略字)〕의 요체를 분석하고 그에 대한 논증과 핵심 교의를 불교전공자들은 대체적으로 아래와 같이 설명하였다.
① 경전의 이름(名) - 금강경(Vajracchedika-Prajnaparamita-Sutra)
② 경전의 구성체(體) - 마음은 어디에도 머무는 곳이 없다.
③ 경전의 종지(宗指) - 일상(一相)도 본래 상(相)이 없는 것이니 아상(我相)에서 벗어나야 항상 동요가 없다((如如不動)
④ 경전의 활용(用) - 진공모유〔眞空妙有, 만유의 이치; 진공(眞空) 가운데 묘(妙)한 이치가 있음〕
⑤ 경전의 가르침(敎) - 마음을 비우고 가다듬어 다스림에 있다.
명(名), 체(體), 종(宗), 용(用), 교(敎) 5가지 키워드 가운데 ③ 종(宗)자(字)와 ⑤ 교(敎)자(字)가 합쳐져 종교(宗敎)의 개념이 되었다. 일반적으로 어떤 책 또는 경전(經典)을 대할 때 제일 먼저 알아야 할 것은 책명(名)이다.
책 내용의 구성(體), 내용상의 핵심 즉, 주제어로서 으뜸이 되는 것(宗)을 명백히 파악해야 한다. 그 다음에 그러한 의미는 어떠한 분야에서 어떻게 실생활에 적용시켜서 사용(使用)할 수 있는가를 찾아내는 것이다. 그러한 용도는 대중적으로 널리 교육(敎育)시켜 깨닫고 실천할 수 있도록 계도(啓導)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이와 같은 통찰적인 안목을 길러주는 것은 기초적인 학습단계와 절차탁마라는 수행과 인격도야(人格陶冶)의 과정과 직결되었다.
경전을 통해 주요 핵심을 파악하는 것과 그와 연계된 교육의 의의는 실생활(實生活)에 연동시켜 활용할 수 있는 데 궁극적인 목적을 두었다. 따라서 불가(佛家)에서 사용하는 논리학체계는 궁금증에 대한 물음의 시작이자 아상(我相)에서 발생된 잘못된 집착(執着)에서 먼저 벗어나야 한다. 그래야 물음에 대한 올바른 답을 구하는 것으로 귀결된다. 그와 같은 자세가 금강경에서 불취어상 여여부동(不取於相 如如不動, 상(相) 취하지 않으니 한결같고 변함이 없다는 것)으로 표현되었다. 차후 중국 선종(禪宗)의 개조(開祖) 달마대사(達磨大師)가 남긴 화두참선(話頭參禪)에서도 불취어상여여부동(不取於相如如不動)은 발견됐다.
㈐ 불가(佛家)의 교육적인 측면에서 사용된 경론(經論)과 교의(敎義)에 대한 사전적 개념 및 의미는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방대한 불경(佛經)을 바르게 이해하기 위해 종(宗)ㆍ교(敎)라는 핵심개념이 사용되었다는 것을 다음의 설명에 유의해보자.
① 경론(經論)일 경우, 그 교설(敎說)의 중심이 되는 것이 교의(敎義)가 되며 교의에 의한 종요(宗要)ㆍ종지(宗旨) 등의 뜻이 또한 그의 요체가 된다.
② 한 사원(찰)에서 여러 스님들이 모여 경전(經典)ㆍ교의(敎義) 등을 연구하고 그의 중핵사상을 밝혀 낼 경우, 종(宗)ㆍ교(敎)의 핵심은 도출(導出)해 낼 수 있다.
③ 인명(因明)2)에서 논증하고자 하는 명제(命題)일 경우, 인(因)ㆍ유(喩, 깨우칠 유)ㆍ합(合)을 통해 논증의 근거와 논증을 성립시키는 근본적인 이유가 설명되어야 핵심교의를 발견할 수 있다.
④ 경론(經論)가운데 그 중심 요소(要素)로서의 교의(敎義)가 무엇인가를 명확히 인식하고 재조명한다.
불경의 방대하고 심원(深遠)한 뜻을 이해하기 위한 경론(經論)은 종요(宗要)ㆍ종지(宗旨)가 무엇인가를 확인하는 것이다. 수행과 중생교화를 위한 교의(敎義)는 중요하게 다루어졌다. 사회생활에 제시된 가르침의 대의가 무엇인가를 발견하고 또 그 가르침을(敎) 받들어 다시 사회적 가치 창출과 환원으로 이끄는 실천적인 교육이 참된 교육이다.
1) 한국에 있는 한역본(漢譯本) 『능가아발타라보경(楞伽阿跋陀羅寶經)』 4권은 443년에 구나발타라(求那跋陀羅)가, 『입능가경(入楞伽經)』 10권은 513년에 보리유지(菩提留支)가 그리고 『대승입능가경(大乘入楞伽經)』 7권은 704년에 실차난타(實叉難陀)가 번역한 것이다. 신라 때에는 『입능가경』이 널리 알려졌고, 오늘날에는 『대승입능가경』이 많이 유통되고 있다.
2)인명(因明, 범어 hetu-vidya)은 불교논리학이다. 인(因 hetu)은 원인ㆍ이유 등을 뜻한다. 불교의 논증 형식에서 원인과 이유에 대한 결론을 이끌어내어 그것을 밝히는 것(明)이 인명(因明)이다. 인명이 불교의 다섯 가지 논리학체계 중에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그것은 내명(內明, 불교의 일반 교학), 성명(聲明,문법 음운에 관한 학문), 의방명(醫方明, 의술에 관한 학문), 공교명(工巧明, 공업 공예에 대한 학문), 인명(因明) 분야로 나뉘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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