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장 종교문화경영학-단계와 과정

10. 종교문화경영의 10단계 ㈒ 화쟁사상(和諍思想)과 문화융화(融和)

학담(學潭) 2019. 9. 9. 09:10

㈒ 화쟁사상(和諍思想)과 문화융화(融和)

 

한국의 전통문화사상에는 민간사상을 비롯하여 선교(仙敎), 유교(儒敎), 불교(佛敎) 그리고 도교(道敎)적인 요소들이 대자연의 조화처럼 자연스럽게 종교성으로 융화되어 토착화를 이루고 있다. 원효(元曉, 617~686)의 대승기신론(大乘起信論)은 한국불교문화의 융화 즉 조화(調和)사상을 대표한다.

 

대승기신론의 핵심을 세 가지로 축약하면 일심(一心), 화쟁(和諍) 그리고 무애(無碍; 어디에도 걸림이 없는 자유인에 대한) 사상이다. 원효가 화합(和合)과 평화가 아우러진 사회를 건설하고자 하였던 이념이 화쟁사상(和諍思想)이다. 그의 사상적 특징은 대승기신론에서 살펴볼 수 있듯이 모든 논쟁을 화합(和合)으로 전환시키려는 것이며, 중국불교에서 탈피하여 한국 고유의 불교사상을 정립한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는 승단(僧團)내에서 쟁론(諍論)으로 인해 발생되는 불화합(不和合)의 문제를 각별히 경계해야 된다는 차원에서 국법(國法)이나 속인(俗人)에게 일임하지 않고 일곱 가지 멸쟁법(七滅諍法)1)을 중요시했다.

승가(僧家)내 멸쟁법이 인화단결(人和團結)을 위한 소통경영, 인재경영 및 문화경영의 차원에서 조화를 이루게 하는 덕목으로 판단되어 아래와 같이 요약해 보았다.

 

① 쟁론(諍論)을 일으킨 본인이 있는 데서 분쟁을 다스리되,

② 문제의 발단을 정확하게 상기시킨 뒤 분쟁을 없애고,

③ 정신이 혼미한 상태에서 논쟁이 발생되었으면 맑은 정신이 회복되었다는 것을 확인한 다음에 묵인(默認)하고,

④ 마땅히 본인의 자백에 의해 죄를 다스리며,

⑤ 죄상을 추구하여 분쟁을 다스리되 반드시 다수결에 의해 단죄하라,

⑥ 허물의 증거를 찾아 분쟁을 없애며,

⑦ 증거나 기억이 분명하지 않아 오랫동안 가리지 못할 때는 풀로 땅을 덮듯 이 불문에 붙여라.

 

원효는 그 당시에 왕세자들과 정치인들이 불교사찰을 많이 왕래하여 불교가 귀족(貴族)불교의 모습으로 비쳐진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귀족불교에서 공동체사회의 백성들과 함께 호흡하며 살아갈 수 있는 서민불교로 전환시키고자 노력했다. 그의 삶과 행적 그리고 저서 대승기신론은 오늘날의 대중 불교를 구현(具顯)시키고자 한 것이었다. 그의 사상과 실천은 다문화시대에 신앙단체나 교파를 초월한 문화융화의 길을 이미 제시했고 한국불교의 토착화를 이루고자 하였다.

 

한국불교에서 원효의 화쟁사상(和諍思想)을 살펴보았듯이 한국문화의 융화 즉 조화사상에 어떤 신앙단체가 기존 공동체사회문화에 대해 어색함을 느끼고 이질감을 갖는다면 한국정신문화의 공간에서 호흡하기가 불편하다는 것과 같다. 문화의 융화과정은 문화의 소통경영을 중요한 핵심으로 보기 때문에 기존문화와 소통이 원만하지 않으면 사실상 한국문화의 토착화 과정에 접근도 하지 못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러한 문화상황은 언제든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고 새로운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각주

1)  멸쟁법: http://100.daum.net/encyclopedia/view/14XXE0064858, 본문을 수정 보안하여 인용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