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인(壬寅)년 경칩(驚蟄)을 앞두고
태양력으로 구성된 24절기(節氣)속에 세 번째 절기인 경칩(驚蟄)은 몇일 지나면 온다. 다가오는 경칩은 현대과학에 의하면, 태양의 황경(黃經)이 345°에 해당될 때이며, 우수(雨水)와 춘분(春分) 사이에 들어 있어서 동면(冬眠)하던 동물들을 깨어나게 하고 꿈틀거리게 하는 생명(生命)의 약동(躍動), 상생과 변화의 도리와 섭리를 제공하는 단초(端初)가 된다.
예전 풍습(風習)에 의하면, 경칩날을 중심으로 흙으로 지은 집의 벽을 바르거나 담을 쌓았던 일은 자연적인 재해를 사전에 방지하는 차원에서도 돋보인다.
지금은 농부가 보리농사를 많이 짓지 않으나 과거에는 경칩 날에 보리 싹의 성장을 보아 그 해 농사의 풍흉(豐凶)을 예측했고, 단풍나무나 고로쇠나무의 수액을 약으로 마시는 문화도 있으나 국가적 산림보호의 차원에서 예전처럼 수월하지는 않을 것이다.
만물(萬物)은 자연의 이치와 섭리에 따라 봄기운을 맞이하여 생양(生養)하고 가을에는 결실의 시기가 되어 걷어 들이는(收) 자연의 풍요로움을 선물하지만 겨울을 맞이하면 새로운 신년을 준비하기 위해 스스로를 감추는 일(藏)을 순환적으로 거듭 반복한다. 이러한 생양수장(生養收藏)의 과정은 하늘의 수많은 별들이 북극성을 중심으로 자전과 공전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 원리는 만물의 법칙이자 자연스러운 도(道)로 보았다.
선현들께서는 하늘의 도를 천도(天道), 땅의 도를 지도(地道), 인간의 길 즉 인도(人道)로 구분하여 살펴보면서 천지인이 하나(天地人合一)가 될 수 있는 형이상학의 도를 제시했다. 그 도는 영원한 삶의 밝은 길을 밝힌 것이다. 이에 자연은 대우주(macro cosmos)이고 인간은 소우주(micro cosmos)라는 사상이 태동했다. 그와 무관하지 않으나 구체적으로 사유된 것이 원(圓 ○)방(方)각(角), 삼황(天皇, 地皇, 人皇), 삼신(三神)일체, 삼일(三一). 삼수(三數), 삼재(三才)사상 그리고 문화 등은 특히 한국에서 유구하게 전해져 내려오고 있어 우리가 지속적으로 향유(享有)하고 구가(謳歌)할 수 있다. 제천(祭天)의례에 담긴 독특한 천민(天民), 천손(天孫)의식은 간방의 도(道)를 밝히는 민족의 정신문화이자 민족성을 대표한다.
큰 관점에서 동서고금을 통해 살펴보아도 인간은 본래 윤리적 인간(homo ethicus), 교육적 인간 (homo academicus)이라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특히 가정과 학교에서 학습되어야할 후천적인 교육이 중요시 되었다. 유가에서 논하는 선천적인 본연지성(本然之性)과 후천적인 기질지성(氣質之性)은 성리학의 핵심이 되었다. 그러한 이유는 만물 중에 가장 빼어난 존재가 윤리적이고 도덕적, 교육적 인간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하늘의 광명과 땅의 기운을 받아 출생한 윤리, 도덕적 인간(homo moralis)은 고귀한 생명체로서 일월(日月)의 광명과 같은 존재다.
형이상학의 가장 큰 학문 즉 대학(大學)의 도(道)와 목표(目標)가 사람이 일월의 형상처럼 정신적으로 밝아져야하기 때문에 명명(明明)의 존재라고 가르친 점은 공자님께서 크게 깨우쳐 준 것이다.
민족의 경전인 천부경(天符經)에서도 발견할 수 있듯이 사람의 본래 마음(本心本)은 태양앙명(太陽昻明)이라고 한것은 밝음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세계 여러 지역문화의 차원에서는 태양을 받들어 공경하는 것은 앙명(昻明)이라고 풀이된 점도 있다. 그러한 사상과 문화는 예컨대 인류문명사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빛은 모든 생명의 근본 에너지 중에 하나이며 생명의 탄생과 변화 그리고 부활을 상징하고 있다. 그러므로 태양신과 지모신의 문화적 요소 등은 인류문명사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
지난 1962(임인 壬寅)년 이후 60년 만에 다시 찾아온 동일한 임인(2022)년, 봄(春)을 재촉하는 경칩(驚蟄)을 맞이하여 국가와 사회에 큰 빛을 밝혀주는 한 해가 되길 기대해 본다.
2022년 2월 24일 학담(學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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