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장 문화(文化)와 Culture

5. Homo Ethicus, Homo Academicus

학담(學潭) 2019. 7. 29. 13:23

5. Homo Ethicus, Homo Academicus


Homo Ethicus(호모 에티쿠스)는 윤리 도덕적인 인간, Homo Academicus(호모 아카데미쿠스)는 교육적 인간임을 뜻한다. 그러한 개념들은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한 후천적 교육의 필요성을 함축적으로 설명한 것이다. 이 세상에서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능력 중에 하나가 도덕적 능력이다. 그것은 선(善)을 지향하고 구현(具顯)하는 것으로 또한 도덕성(道德性)이라고 한다. 선의 행위가 삶속에 끊임없이 유지될 수 있도록 선도(先導)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컨대 어떻게 하는 것이 양심적으로 선하고 좋은가? 이에 대한 현실적인 질문과 선택의 길이 제시되어야 윤리, 도덕문화의 가치에 화답한다. 현실문제로 자주 부딪치게 되는 것은 인간만이 풀어 나아가야 할 과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간이 왜 선하게 살려고 애쓰고 노력해야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대답하지 않을 수 없다. 인간의 도덕성과 선의 추구가 본질적으로 무엇인가에 대해 설명이 필요하다. 


① 서력기원 550여 년 전에 출생한 동양의 공부자(孔夫子, K'ungtzu, Confucius, B.C. 551~479)는 천하를 주유(周遊)하면서 왕도정치(王道政治)를 주장하며 윤리ㆍ도덕교육의 중요성을 설파(說破)했다. 그의 정치철학과 국가경영의 목적은 국민의 진정한 행복과 평화를 이루는 것에 대의를 두었다. 그는 일관성 있게 윤리ㆍ도덕적 행위가 정치적 상황에서도 전제되고 실천될 때 분열과 분쟁 등을 보다 빠르게 종식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했다. 사람이 사람답게, 도덕적 의지를 가지고 각자가 제자리에서 일상적인 삶에 옳고 선한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공자는 아래와 같이 설명했다. 


“임금은 임금답고 신하는 신하답고 아버지는 아버지답고 자식은 자식다워야 한다(君君 臣臣 父父 子子, 논어 안연(顔淵)편 11장).”   


위와 같이 공자는 예(禮)에 관한 윤리 도덕적 품격과 법도를 제시했다. 법도는 국가가 모든 사람에게 각자의 자리에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고 행하라고 한 공자의 정명(正名)사상이며 예(禮)로서 지켜야할 덕목이다. 공자의 인(仁)과 윤리, 도덕사상, 사람다운 사람(=군자 君子)의 도리(道理)와 법도(法道)는 훗날 유가(儒家)의 정치적 이념이자 정신적 지주가 되어 국가경영철학이 되었다. 공자의 왕도정치와 사상은 현실과 직결된 사람사랑과 도덕성을 중요시했다.


② 기원전 5세기에 사회관습과 규범이 더 이상 자연적인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 반항적 사유(思惟)가들이 고대 그리스의 소피스트(sophistes)였다. 소피스트는 ‘지혜를 가진 사람들’을 뜻한다.1) 

 소피스트의 어원은 그리스어의 소피아(sophia) 또는 소피아의 형용사인 소포스(sophos)에서 유래했다. 소피스트들은 ‘잘사는 것’(eu zen; to live well)이 무엇인가에 대한 지혜를 팔고 다녔다. 수많은 인간들이 돈을 싸들고 그들에게로 모여들었다.2) 

 결과적으로 오직 욕망을 위한 자기주장이 넘쳐흘렀고 자발적 행위의 선택과 가치기준이 무너져서 윤리적 인간의 모습이 상실되었다. 이는 결국 도덕의 기초가 철저히 파괴된 것을 뜻했다. 그 당시 현철(賢哲)로 잘 알려진 소크라테스(Socrates, B.C. 470~399)가 있었다. 그는 인간의 삶을 철저히 궁구하고 들여다보는 철학자였다. 그가 최초로 도덕의 가치와 선의 의미를 되물었다는 것은 동양의 공자 이후 참으로 유명하다.

소크라테스는 소피스트들에게 자연적 욕망과 충돌하는 도덕적 정직함을 되묻게 했다. 도대체 무엇이 삶에서 잘사는 것인가? 무엇이 삶에서 우리에게 진정으로 좋은 것인가?3)라고 되물은 것이다. 무엇이 삶에서 좋은 것인가는 선의 본질에 관한 적극적 관심과 질문이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윤리적인 차원에서 선의 추구가 삶의 보편적 가치와 참된 행복을 이룬다는 것이다. 소크라테스는 육체가 인간의 주체가 아니고 오로지 순수한 영혼(=정신)이라고 했다. 

육체에 깃들여 있는 영혼이 인간이며 영혼의 존재가 인간의 삶에서 더없이 중요한 것으로 생각했다. 나아가 우리 자신이 누구인가를 왜 알아야 하며, 우리가 왜 윤리 도덕적으로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되물음이 소크라테스에서 플라톤(Plátōn, B.C. 427~347)으로 승계되면서 윤리학의 기초가 되었다. 플라톤의 제자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 B.C. 384~322)에 의해 윤리학(ethics)의 용어가 처음으로 사용되었다. 윤리학은 “에티케 테오리아(ethike theoria)라고 하였는데 그 의미는 에토스(ethos)에 대한 이론(theoria)이며 에토스라는 말은 습관이나 관습이라는 뜻”4)이다.   


③ 바이블 창세기에 나오는 신(神)은 자신의 형상대로 인간을 만들었고(창 1:26), 그 인간의 코에 생기(生氣)를 불어 넣어 인간이 생령(生靈)이 되었다(창 2:7)고 한다. 인간의 몸에 신의 영이 거(居)하면서 신의 기운(氣運)이 발동(發動)하여 살아있는 생령이 되었다는 설명이자, 인간은 선천적으로 신의 영(靈)을 받아 태어난 신성(神性)과 같은 존재라는 뜻이다. 신성은 유가에서 천성(天性)이라고 했다. 인간은 태어날 때 본래 하늘에서 부여(賦與)한 성(性)을 가지고 태어났다는 것이다. 신성(神性)이나 천성(天性)은 불가(佛家)에서 말하는 불성(佛性)과 같은 의미다. 누구나 스스로 불성을 찾아 깨닫고 밝히면 붓다(buddha, 佛陀 불타)가 된다고 한다. 


④ 유가(儒家)에서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 개념 가운데 하나가 솔성(率性)이다. 솔성의 의의는 천명(天命)으로 태어난 인간은 선천적으로 하늘같이 밝은 성품 즉 하느님과 같은 마음(天性)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스스로 지키고 이끌어 가야 한다는 것이다(率性之謂道, 대학편 대학 1장).5) 

 그렇게 본래 지니고 있는 천성(天性)은 유가에서 본연지성(本然之性)이라고 한다. 하지만 인간이 부모의 정(精)과 혈(血), 기질(氣質)과 가정과 주변 환경에 의해 많은 영향을 받아 후천적으로 성장한다는 것은 기질지성(氣質之性)의 특징을 설명한 것이다. 인간이 올바른 교육과정을 통해 사회적 존재로 훈육(訓育)받지 못하게 된다면, 악영향을 받아 형성된 기질지성이 본래 타고난 천성을 가리게 된다. 마치 맑은 거울에 먼지가 쌓이고 쌓이면 그 거울로 자신을 들여다봐도 자신의 모습이 잘 보이지 않는 것과 같다. 따라서 인간은 본래의 천성을 유지하기 위해 절차탁마(切磋琢磨)와 같은 교육과정이 필요하다. 그것은 공동체사회의 도덕과 질서 확립을 위해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듯이 동서양 모두 공감하고 있다. 


⑤ 국가미래의 전략적 교육경영에서 사회경영, 인재경영 그리고 소통경영 등은 더불어 중요한 요소로 다루어지고 있다. 국가교육의 목적은 국민을 올바르게 교화(敎化)시켜 국민 스스로가 여러 분야에서 선과 덕의 가치로 열매 맺도록 이끌고 그의 가치가 사회에 환원되도록 계도(啓導)하는데 있다. 


선과 덕을 지향하는 진솔한 선진문화(先進文化)의 공교육과 학습은 자아정체성 확립은 물론 국가공동체문화경영의 목적에서도 중요한 기능과 역할을 담지하고 있다. 국가가 도덕적 가치관과 자연과학적인 창출 등을 관리ㆍ유지하고 공동문화의 자산으로 유구하게 전래되게 하는 것은 국가정체성함양이자 교육문화경영의 실체를 선도(先導)한다.  


각주

1) 김상봉, 『호모 에티쿠스  윤리적 인간의 탄생』, 한길사, 경기도 파주시, 2011년, 23쪽

2) 김상봉, 위의 같은 책 24~25쪽 참조
3) 김상봉, 위의 같은 책 30쪽 참조

4) 김상봉, 위의 같은 책 23쪽

5) 보다 자세한 설명은 이 책의 제 1장 종교(宗敎)와 Religion Ⅲ. 종(宗)ㆍ교(敎)자의 분석 3. 중용 제 1장과 대학 1장 -그 사상적 배경과 의미 참조바람